애도는 무엇으로 애도인가 / 안영춘
https://news.v.daum.net/v/20200714154615312
롤랑 바르트는 에서 “애도는 고통스러운 마음의 대기 상태”라고 했다. “극도의 긴장 상태”라고도 했다.
결국 주어는 나 자신일 수밖에 없고, 나는 ‘머뭇거림’의 주체다. 머뭇거림이 얼마나 진정한 정치적 애도가 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글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쓴 ‘노무현 ‘동지’를 꿈꾸며…’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를 하던 시절 별처럼 많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그는 비보를 듣고 부산역 광장 빈소 근처까지 갔다가 되돌아오고 말았다. 이튿날 다시 한번 찾아가 광장을 빙빙 돌다 마침내 조문을 한 뒤 방명록에 이런 글을 남겼다.
“오랜 세월 동지였고 짧은 시간 적이었습니다. 변호사 접견 오셨을 때처럼 봉하마을 어딘가에 앉아 각자의 위치가 만들어낸 그동안의 원망과 미움들을 두런두런 털어낼 수 있으리라 여겼습니다, 곧…. 고맙고 죄송합니다.”
김 지도위원은 방명록에 쓰지 못한 회한을 다시 긴 글로 풀었다. 노무현 변호사가 정치권으로 간 뒤에 ‘공돌이 공순이의 유일한 빽’을 잃었고 그가 ‘이제 더 이상 우리 편이 아니겠구나’ 직감했다는 얘기며,
‘당신의 시대에 가장 많은 노동자가 잘렸고 가장 많은 노동자가 구속됐고 가장 많은 노동자가 비정규직이 됐고 그리고 가장 많은 노동자가 죽었다’는 탄식을 거친 뒤, 그는 다음과 같이 고인에게 말을 건넨다.
“다음 생에 오실 땐, 너무 똑똑하게 오지 마시구려. 사법시험도 합격하지 마시고요. 그냥 태생대로 기름밥 먹는 노동자로 만났으면 해요. (…) 떠날 일도 보낼 일도 없이 그냥 내내 동지로.”
노무현의 죽음과 박원순의 죽음은 동렬에 설 수 없다.
다만 나는 ‘애도는 무엇으로 애도인지’ 나에게 묻고자 한다.
머뭇거림은 추억을 환상화하지 않으면서 애도를 진실 추구의 과정으로 밀고 가는 여러 힘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산 자들이 제 마음 편하자고 고인을 상징화하면서 정작 타자화하고 있지 않은지도 돌아볼 일이다.
애도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고, 이제부터가 시작인지도 모른다.
jona@hani.co.kr
https://news.v.daum.net/v/20200714154615312
롤랑 바르트는 에서 “애도는 고통스러운 마음의 대기 상태”라고 했다. “극도의 긴장 상태”라고도 했다.
결국 주어는 나 자신일 수밖에 없고, 나는 ‘머뭇거림’의 주체다. 머뭇거림이 얼마나 진정한 정치적 애도가 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글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쓴 ‘노무현 ‘동지’를 꿈꾸며…’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를 하던 시절 별처럼 많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그는 비보를 듣고 부산역 광장 빈소 근처까지 갔다가 되돌아오고 말았다. 이튿날 다시 한번 찾아가 광장을 빙빙 돌다 마침내 조문을 한 뒤 방명록에 이런 글을 남겼다.
“오랜 세월 동지였고 짧은 시간 적이었습니다. 변호사 접견 오셨을 때처럼 봉하마을 어딘가에 앉아 각자의 위치가 만들어낸 그동안의 원망과 미움들을 두런두런 털어낼 수 있으리라 여겼습니다, 곧…. 고맙고 죄송합니다.”
김 지도위원은 방명록에 쓰지 못한 회한을 다시 긴 글로 풀었다. 노무현 변호사가 정치권으로 간 뒤에 ‘공돌이 공순이의 유일한 빽’을 잃었고 그가 ‘이제 더 이상 우리 편이 아니겠구나’ 직감했다는 얘기며,
‘당신의 시대에 가장 많은 노동자가 잘렸고 가장 많은 노동자가 구속됐고 가장 많은 노동자가 비정규직이 됐고 그리고 가장 많은 노동자가 죽었다’는 탄식을 거친 뒤, 그는 다음과 같이 고인에게 말을 건넨다.
“다음 생에 오실 땐, 너무 똑똑하게 오지 마시구려. 사법시험도 합격하지 마시고요. 그냥 태생대로 기름밥 먹는 노동자로 만났으면 해요. (…) 떠날 일도 보낼 일도 없이 그냥 내내 동지로.”
노무현의 죽음과 박원순의 죽음은 동렬에 설 수 없다.
다만 나는 ‘애도는 무엇으로 애도인지’ 나에게 묻고자 한다.
머뭇거림은 추억을 환상화하지 않으면서 애도를 진실 추구의 과정으로 밀고 가는 여러 힘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산 자들이 제 마음 편하자고 고인을 상징화하면서 정작 타자화하고 있지 않은지도 돌아볼 일이다.
애도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고, 이제부터가 시작인지도 모른다.
jona@hani.co.kr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코로나19 재난 보고서를 쓴다면 (0) | 2020.09.26 |
|---|---|
| ♤ 헤밍웨이 법칙 ♤ (0) | 2020.09.23 |
| 노동운동가 이훈구 / 박진 세상읽기 (0) | 2020.09.15 |
| 김진숙 (0) | 2020.09.14 |
| '공정'이란 무엇인가 (0) | 2020.07.14 |